김성호법률사무소

해 지기 전에

(광산 사고로부터 1년 뒤) 접경지 통상 회담. 탁자의 왼쪽에는 콧수염·자주색 외투의 인간 대표 한 명, 오른쪽에는 초록 시종복의 성인 김고블린 한 명이 마주 앉는다. 김고블린이 인간 대표를 향해 자신을 소개한다. 열린 협상서 옆에 작은 받침대의 어두운 수정구가 놓여 있다. 칼바르의 본체와 인간형은 이 방에 없다. 인간 대표 뒤 경비 셋은 자리와 외형을 고정한다. 왕관 쓴 인간·금발 소년·검은 머리 뒷모습·발코니 인물은 넣지 않는다. 두 사람의 옆모습과 탁자를 함께 보여 대화 상대를 먼저 알린다. / 접경지 통상 회담 / 그림곱: 칼바르 님의 대리인, 김고블린입니다.
소개를 들은 인간 대표가 김고블린 쪽으로 몸을 내밀며 탁자에 양손을 짚는다. 카메라는 인간 대표의 사선 옆에 있다. 그의 시선 끝에 맞은편 김고블린의 초록 소매·초록 귀 일부가 걸리되 정체불명의 인간 머리는 없다. 상대가 고블린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깔본다. 드래곤이 현장에 있다고 알고 화내는 장면이 아니다. / (외침) 인간 대표: 이런 자리에 고블린 따위가!
같은 탁자 위 수정구가 빛난다. 구 안에 검은 드래곤 칼바르의 금빛 눈과 주둥이가 영상으로 나타나 인간 대표에게 말한다. 영상은 구 안에만 있으며 작은 실물 드래곤이나 현장 동석자가 아니다. 수정구 옆 가장자리에 보이는 인간 대표의 손가락이 굳는다. 왕의 개입은 짧고 낮은 위협이다. / 칼바르: 싫으면 나하고 하든가.
김고블린이 아까부터 펼쳐 둔 같은 협상서를 인간 대표 쪽으로 조금 밀어 준다. 인간 대표의 어깨 너머로 본 사선 옆모습. 김고블린의 손은 문서에, 눈은 상대에게 향한다. 상대는 입을 다문 채 서류 가장자리에 손을 댄다. 수정구는 같은 자리에 희미하게 빛난다. 종족을 보던 상대가 제안을 보게 됐다는 변화만 남긴다. 계약 수치나 체결 결과는 아직 보여 줄 필요가 없다. / 그림곱: 그럼, 조건을 보시죠.
쪽잠굴 바위벽 가득한 분필 낙서. 커다란 고기 다리, 곡괭이가 자기보다 큰 고블린, 배만 불룩한 드래곤, 실제보다 훨씬 넓은 푹신한 침대. 회담장의 반듯한 서류에서 거친 낙서와 좁은 잠자리로 넘어간다. / 회담으로부터 1년 전.
얇은 짚 깔개 위에 웅크려 자는 그림곱. 손에 분필돌. 벽에는 넓은 침대 낙서, 실제 잠자리는 좁다. 입구 쪽 화면 밖에서 빈그릇이 부른다. / (외침) 빈그릇: 그림곱! 밥 먹자!
그림곱의 등 뒤 어깨 너머로 굴 입구의 빈그릇을 본다. 그림곱은 몸을 일으켜 빈그릇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눈을 비빈다. 빈그릇은 입구 문틀에 한 손을 짚고 다른 손의 빈 그릇을 까딱 들어 재촉한다. 둘의 시선이 만나며 빈그릇의 미소는 잠깐 놀리는 정도다. 두 얼굴을 정면으로 나란히 세우지 않는다. / 그림곱: …벌써 아침이야? / 빈그릇: 늦으면 죽도 없어.
새벽 배식대의 옆모습. 낡은 머릿수건을 쓴 중년 고블린 배식자가 왼쪽 솥에서 죽을 떠서 오른쪽 그림곱의 나무 그릇에 붓는다. 배식자의 녹색 얼굴 일부, 팔꿈치, 팔, 손, 국자가 하나의 몸에 이어져 보인다. 손만 화면 밖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림곱은 그릇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늘어뜨린다. 뒤 줄의 성인 고블린들은 하품하거나 자기 그릇을 보고 기다린다.
배식대에서 조금 떨어진 낮은 돌턱. 빈그릇은 왼쪽, 그림곱은 오른쪽에 나란히 주저앉아 죽을 먹는다. 사선 뒤에서 본 생활 장면. 빈그릇이 건더기 없는 숟가락을 그릇에 내려놓고, 그림곱은 그릇을 기울여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신다. 둘 다 배식 때의 그릇과 옷 그대로다. 대사 없이 허기와 익숙한 일상을 보인다. 다음 장면의 작업장 단상이 멀리 보인다.
식사를 마친 일꾼들이 빈 그릇을 배식대에 놓고 작업 도구를 챙긴 뒤 모여 있다. 바위 단 위의 홉고블린 감독관 그락이 갱도 쪽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아래 일꾼은 등과 옆모습으로 두고 그락을 올려다보게 한다. 입구 쪽으로 다음 이동이 이어진다. / (외침) 그락: 서쪽 마나석 맥, 해 지기 전에 뚫어! / 그락: 드래곤님 명이다. 늦으면 다 굶어.
진입 직전, 갱도 문턱 바로 안쪽. 돌이빨이 측벽 보강틀의 받침목에 손을 댄다. 거친 사선 흠집이 있는 그 기둥과 가로보의 이음새에서 흙이 떨어진다. 노인은 밝은 문턱 밖 그락을 향해 반쯤 돌아 존댓말로 경고한다. 그림곱은 뒤에서 노인의 손과 그락을 번갈아 본다. 이 보강틀은 58의 작업 자리 바로 옆이며, 11에서 울고 12에서 무너져 50의 부러진 밑동이 되는 같은 틀이다. 짝 기둥 쪽은 화면 밖이라 두 기둥이 모두 온전하다고 확인해 주지 않는다. / 돌이빨: 감독관님. 사흘째 여기서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요. / 돌이빨: 받침목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요.
같은 문턱 바깥의 그락이 안쪽 돌이빨을 내려다본다. 시선은 화면 왼쪽의 노인을 향한다.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한 손으로 안쪽을 가리키고, 다른 손에는 채찍을 쥔다. 독자를 향해 능글맞게 포즈를 잡지 않는다. / 그락: 사흘이나 버텼잖아. 오늘도 버티겠지. / 그락: 꾸물대지 말고 들어가.
밝은 밖에서 어두운 갱도 안을 향해 보는 넓은 구도. 일꾼들의 등과 곡괭이가 문턱을 넘어 안쪽으로 향한다. 그림곱은 몸은 안으로 향한 채 오른쪽 어깨 너머 그락을 잠깐 본다. 그락은 바깥 오른쪽에 남아 갱도에서 한 발 물러선다. 입구 바로 안쪽의 측벽 보강틀은 노출된 흠집 기둥과 그 옆 지지 자리로 이어지되, 짝 기둥 자리는 지나가는 일꾼의 등과 바구니·그락의 하체에 자연스럽게 가려진다. 받침목 제거 장면이나 빈 홈을 미리 보여 주지 않는다. 51에서 이 원화를 그대로 다시 쓴다.
조금 뒤, 입구 문턱에서 몇 걸음 안쪽의 측벽 마나석 맥. 그림곱은 사선 뒷모습으로 곡괭이를 내리치고, 빈그릇은 돌을 바구니에 담는다. 둘의 등 뒤 한쪽에 바로 바깥의 낮빛이 보인다. 돌이빨은 08에서 짚은 흠집 기둥 곁에서 일을 돕는다. 그 기둥 위의 같은 이음새와 보조 램프를 한 화면에 둔다. 자갈과 막내는 이 보강틀보다 더 안쪽 어두운 통로에서 일하는 서로 다른 작은 실루엣이다. 가까운 세 사람과 안쪽 둘 사이에 곧 무너질 입구 천장 구간이 놓인다. 보강틀의 짝 기둥 자리와 밑동은 전경 바구니에 가려져 있다. 실제 채굴 동작을 보여 준 뒤 붕괴한다. / (효과음) 캉 / (효과음) 캉
그림곱의 곡괭이가 멈춘다. 고개를 들자 08에서 돌이빨이 손댄 흠집 기둥과 가로보의 같은 이음새가 벌어지며 흙이 쏟아진다. 58의 측벽·램프가 유지되고 어깨 뒤 가장자리에는 가까운 문턱의 낮빛이 남는다. 위험을 감지한 눈과 잠깐 멎은 손을 함께 보인다. / (효과음) 끼익
08·11의 보강틀 위 입구 천장 구간이 무너진다. 58에서 문턱에 가까웠던 빈그릇과 돌이빨은 앞쪽 낮빛으로 피하고, 그림곱도 그쪽으로 몸을 틀다가 가장자리 잔해에 넘어지며 큰 돌의 충격을 받는다. 뒤쪽 통로와 그곳에서 일하던 두 동료 사이에는 낙석과 먼지가 쏟아져 길을 막는다. 기둥의 윗부분은 부러지고 밑동은 남는다. 입구를 나가는 세 사람과 안쪽에 남은 둘의 위치 차이를 한순간의 동작으로 읽히게 한다. 깊은 막장에서 다른 붕괴가 일어난 것처럼 그리지 않는다. / (효과음) 콰르르릉
(효과음) 쿵
(전생의 기억) 밤 사무실. 스탠드 불빛 아래 서류 더미 속의 김성호. 눈 밑이 어둡고 어깨가 처져 있지만 서류를 읽는다. 모니터는 그의 앞, 스탠드는 그의 왼쪽, 시계는 왼손목이다. 이 기억의 현대 날짜나 사망 원인은 밝히지 않는다.
사선 옆에서 본 김성호. 읽던 손을 멈추고 왼손을 가슴에 얹는다. 미간이 좁아지고 숨을 한 번 고른다. 통증 때문에 작업이 잠깐 끊겼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오른손은 아직 책상 위에 있다. / (효과음) 욱신
(김성호 시점) 다시 책상 위 두 서류를 나란히 살핀다. 두 손의 검지가 서로 다른 항목을 짚는다. 종이에 작은 인쇄 줄·문단·표가 있을 뿐, 날짜·사건명·신원·증거 내용을 독자가 읽게 확대하지 않는다. 기존의 두 날짜 오버레이와 강조 표시는 없앤다. 같은 사무실의 시계·스탠드 방향을 유지한다.
김성호의 어깨 뒤 사선에서 모니터와 책상을 본다. 대조한 두 서류를 키보드 옆에 놓고, 문서의 한 문단을 고쳐 입력한다. 화면에는 작은 문단 형태만 있고 읽히는 사건 내용은 없다. 자료 확인이 실제 작성으로 이어지는 컷이다. 같은 머그잔·스탠드·서류 더미를 유지한다.
책상 위 오른손과 마우스를 가까이 본다. 검지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화면 가장자리에 제출 대기 창의 형태만 보인다. 왼손은 책상 가장자리에 짚고 있다. 생각한 직후 완료 알림으로 건너뛰지 않고 제출 행동을 보여 준다. / (생각) 김성호: 이것만 보내고… / (효과음) 딸깍
김성호가 보는 모니터. 직전 클릭에 대한 완료 알림이 뜬다. 사무실과 화면 위치가 유지된다.
책상 오른쪽에서 휴대폰이 울리자 김성호가 오른손으로 집어 든다. 등받이에서 몸을 떼려다 다시 미간을 찌푸리고 왼손을 가슴 쪽으로 가져간다. 전화는 아직 받지 않았다. 화면 글자는 여기서는 읽히지 않는다. 휴대폰을 들게 된 이유와 되살아난 통증을 함께 보여 준다. / (효과음) 지이잉
가슴을 움켜쥔 왼손에 힘이 들어가고 김성호의 몸이 의자 옆으로 기울어진다. 오른손에서 방금 든 휴대폰이 빠져나간다. 59의 불편함이 악화된 장면이며 특정 진단이나 사인을 설명하지 않는다. 멋진 마지막 포즈가 아니라 몸을 지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 (효과음) 욱신 / (효과음) 툭
같은 사무실 바닥. 떨어진 휴대폰이 화면을 위로 한 채 계속 울린다. 62부터 이어지는 같은 수신 전화다. / (효과음) 지이잉
(외침) 빈그릇: 그림곱!
무너진 문턱의 바깥쪽 가장자리. 그림곱이 얕은 잔해에 하반신이 걸린 채 눈을 뜬다. 얼굴과 바닥 앞쪽에는 문턱 밖의 낮빛, 등 뒤에는 안쪽 통로를 가로막은 돌무더기가 있다. 앞의 빈그릇이 손을 뻗을 수 있는 거리이며 완전히 갇힌 깊은 갱도가 아니다. 방금 떠오른 기억과 자기 몸 사이의 혼란이 얼굴에 남는다. / (생각) 그림곱: …나, 변호사였지.
같은 문턱 바깥 가장자리에서 빈그릇이 그림곱의 어깨를 붙잡고 잔해에서 몸을 빼내도록 돕는다. 눈을 뜬 안도는 짧다. 그녀의 시선이 그의 등 뒤 막힌 안쪽 통로로 옮겨 가고, 그림곱도 그 방향을 본다. 짧은 눈물 자국, 굳은 입가, 먼지 묻은 떨리는 손. 앞쪽 낮빛과 뒤쪽 돌무더기는 21 그대로다. 물줄기 같은 눈물이나 개그 얼굴은 없다. / 빈그릇: 다행이다… / 빈그릇: 자갈이랑 막내가 아직 안에 있어!
무너진 입구 바깥. 빈그릇이 잔해 쪽으로 돌아가려 하자 그락이 팔과 채찍 자루로 길을 막는다. 다른 팔로 산 위 길을 가리킨다. 먼지를 뒤집어쓴 생존자들이 멈춰 서고 그림곱은 부축을 받으며 뒤를 돌아본다. 구조를 마친 것이 아니라 강제로 현장을 떠나게 되는 순간이다. / 빈그릇: 파내야 해요! 아직 살아 있을지도 몰라요! / 그락: 드래곤님께 보고부터 한다. 움직이는 놈들은 따라와!
광산에서 끌려온 일꾼들이 산 위 레어 바닥에 엎드려 있고 그락이 금화 산 앞까지 나아간다. 거대한 칼바르가 위에서 내려다본다. 광산 램프와 갱목 대신 금화와 높은 암벽으로 장소 변화를 보여 준다. / 잠시 뒤, 산 위 칼바르의 레어.
그락이 위쪽 칼바르를 향해 허리를 굽히고 보고한다. 시선이 왕에게 붙들리고 이마에 땀이 맺힌다. / 그락: 서쪽 갱도가 무너졌습니다. 놈들이 받침목 점검을 게을리해서…
반쯤 뜬 칼바르의 금빛 눈. 방금 보고를 끊는다. 그락의 주관 시점이라 정면에 가까운 왕의 시선이 허용된다. / 칼바르: 마나석은.
손을 비비며 위쪽 왕에게 억지 웃음을 보이는 그락. 웃음은 비굴함이며 독자에게 보이는 윙크가 아니다. / 그락: 채굴이… 열흘쯤 늦어지겠습니다.
금화 산 위에서 고블린들을 내려다보며 포효하는 칼바르. 바닥의 일꾼들은 무릎 꿇은 줄을 유지한다. 기존 01 원화 재사용 후보. / (외침) 칼바르: 갱도에 있던 놈들, 하나도 빼지 말고 벌해라!
그림곱이 무릎 꿇은 채 옆의 돌이빨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여 속삭인다. 둘의 옆모습 또는 그림곱 어깨 너머 구도. 두 눈이 모두 독자를 향하지 않는다. 빈그릇에게 들은 두 매몰자를 살릴 방법부터 묻는다. / 그림곱: 안에 남은 둘, 다른 길은 없어요? / 돌이빨: 내가 판 옛 바람구멍이 있어. 아직 통할지는 봐야 해.
그림곱이 무릎 꿇은 채 자기 오른손을 든다. 팔에서 손까지 이어져 보이며 금빛 눈은 화면 밖 위쪽 칼바르를 향한다. 기존 수정 원화 우선 보존. / 그림곱: 잠깐만요.
칼바르가 눈꺼풀을 좁히고 말을 끊은 작은 고블린을 내려다본다. 입은 다물린 상태에서 낮게 묻는다. 놀란 동그란 눈·콧김 개그는 없다. / 칼바르: …지금, 나한테 한 말이냐.
칼바르의 거대한 머리가 낮아져 무릎 꿇은 그림곱 바로 앞에서 멈춘다. 두 얼굴의 옆면과 크기 차이가 보인다. / 칼바르: 넌 뭐냐.
위쪽 왕을 보던 그림곱이 땀을 삼킨다. 자기 이름을 말하다 전생의 기억과 현재의 몸을 받아들이며 고쳐 말한다. 미남 소개용 정면 포즈로 바꾸지 않는다. / 그림곱: 그림곱… 아니, / 그림곱: 김고블린입니다.
같은 무릎 꿇은 줄. 빈그릇이 옆의 그림곱에게 곁눈질하고 작게 되묻는다. 뒤쪽 그락의 얼굴은 굳어 있다. 나머지 광부는 얼굴·귀·체형·머리 모양이 서로 다르다. 낯선 이름을 들은 반응이며 이름을 가진 고블린 자체가 특별한 종족 설정은 없다. / 빈그릇: 김… 뭐라고?
그림곱이 무릎 꿇은 채 등을 펴고 왕을 올려다본다. 요청할 대상과 행동을 직접 말한다. / 그림곱: 돌이빨 어르신의 벌부터 미뤄 주십시오.
그림곱이 무릎을 바닥에 둔 채 옆의 돌이빨을 손바닥으로 가리킨다. 돌이빨은 아직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일어서지 않는다. / 그림곱: 안에 동료 둘이 갇혀 있습니다. / 그림곱: 어르신이 다른 길을 아십니다.
금화 위에 놓인 칼바르의 앞발. 발톱 끝이 금화 한 닢을 밀어내고 화면 아래 멀리 엎드린 노동자의 등이 작게 걸린다. 왕의 얼굴을 또 반복하지 않는다. 일꾼들의 목숨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가 느린 손동작에 묻어난다. / 칼바르: 다른 놈을 보내라.
칼바르의 시선이 고개를 숙인 돌이빨에게 옮겨 간다. 옆의 그림곱이 화면 밖에서 설명한다. 왕은 아직 돌이빨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 그림곱: 어르신이 직접 판 길입니다. / 그림곱: 먼저 가서 확인하게 해 주십시오.
칼바르가 다시 그림곱을 보며 의심을 드러낸다. / 칼바르: 네 말만 듣고 저 늙은 놈을 믿으라고?
돌바닥을 짚고 떨리는 돌이빨의 손이 전경. 옆의 그림곱은 무릎 꿇은 사선 옆모습으로 왕에게 답한다.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몸과 그를 대신하는 목소리를 한 화면에 둔다. 당돌한 미소나 긴 영웅 클로즈업은 없다. 다음 응답까지 여백을 길게 끊지 않는다. / 그림곱: 직접 듣고 판단해 주십시오.
잠깐의 침묵 뒤 칼바르의 눈이 돌이빨에게 향한다. 대답을 요구받은 사람이 돌이빨임을 구도로 보인다. / 칼바르: …말해라.
돌이빨이 무릎은 그대로 둔 채 상체와 고개를 들고 위쪽 옛 통로의 방향을 가리킨다. 왕에게 설명하며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 돌이빨: 제가 판 바람구멍이 막힌 곳 뒤로 이어집니다요. / 돌이빨: 먼저 가서 길이 살아 있는지 보겠습니다요.
칼바르가 먼저 돌이빨을 보며 벌을 미룬다. 이어 눈길을 그림곱에게 돌린다. 둘과 왕이 같은 화면 안에 있어 각 지시의 상대가 분명하다. 안전을 확인하는 돌이빨과 사고 원인을 알아오는 그림곱의 일이 다르다. / 칼바르: 벌은 해 질 때까지 미룬다. 늙은 놈은 길을 확인해라. / 칼바르: 김고블린, 넌 왜 무너졌는지 알아 와. 해 지기 전에.
무릎 꿇은 그림곱의 사선 옆모습. 잠시 안도하던 입가가 굳고 식은땀이 맺힌다. 벌떡 서거나 흰자 개그 얼굴이 되지 않는다. 속말의 씁쓸함만 남긴다. / (생각) 그림곱: 또 마감이네.
무너진 광산 입구 바깥 전경. 오후의 기울어진 빛. 돌이빨과 빈그릇을 포함한 일꾼들은 위쪽 옛 바람구멍 길로 향한다. 그림곱은 문턱 가장자리에 남아 측벽의 오래된 분필 낙서를 본다. 손에는 분필이 없다. 08에서 경고한 보강틀은 문턱 바로 안쪽에 무너져 있고 그 뒤 통로는 막혔다. 비스듬히 열린 바깥쪽 시야로 낙서가 있는 측벽, 흠집 기둥의 부러진 밑동, 그 옆 지지 자리가 한 공간에 있음을 먼저 보여 준다. 49는 그 벽, 50은 바로 아래의 같은 보강틀 자리다. / 빈그릇: 우린 어르신 따라 위로 갈게! / 그림곱: 난 입구부터 살펴볼게.
그림곱의 시선으로 문턱 가장자리 측벽의 오래된 분필 낙서를 가까이 본다. 배 나온 드래곤 옆에 짝 받침목과 가로보를 간단히 그려 두었다. 08에서 경고했고 방금 무너진 보강틀을 예전에 그린 것이다. 48과 같은 돌 결·램프·빛이다. 카메라는 낙서에 가까워져 옛 원화처럼 멀쩡한 깊은 통로를 함께 보여 주지 않는다. 자기 그림은 기억을 환기할 뿐 측량도나 범행 증거가 아니다.
벽 바로 아래 같은 보강틀 자리로 시선이 내려간다. 08에서 돌이빨이 짚었던 흠집 기둥은 부러진 밑동과 옆으로 쓰러진 윗부분이 남았고, 바로 옆 짝 지지 자리에는 얕은 빈 홈만 보인다. 바깥에서 이 벽을 보는 구도에서 밑동은 왼쪽, 빈 홈은 오른쪽이다. 48에서 보인 위치와 일치해야 한다. 붕괴로 사라졌는지 그 전에 치웠는지는 이 장면만으로 단정하지 않는다. / (생각) 그림곱: …하나가 없어.
(기억) 10의 원화를 그대로 재사용한다. 일꾼들은 안으로 향하고 그락은 바깥으로 물러선다. 짝 받침목 자리도 그때와 똑같이 일꾼과 바구니·그락에게 가려져 있다. 새 범행 장면이나 더 선명한 빈 홈을 보태지 않는다. 그림곱은 이상했던 행동을 떠올릴 뿐 원인이나 범인을 확정하지 않는다. / (생각) 그림곱: 그락은… 무너질 걸 알았나?

다음 화는 곧 공개됩니다

전체 회차 보기

Made by

김성호 법률사무소

이야기 속 변호사는 가상 인물입니다. 현실의 사건은 김성호 변호사가 사실관계 정리부터 함께 시작합니다.

제작자 소개

김성호 법률사무소 오리지널 · AI 활용 제작 · 이 작품은 창작물입니다. 등장하는 인물·단체·사건과 법·제도는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 광고책임변호사 김성호